체력이 고갈된 것인지 멘탈이 고갈된 것인지 먹고살만해지니까
이제 와서 힘들다고 자각한 것인지
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
요즘 좀 지친 것 같다.(내가 지쳐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)
몇 주 동안 쉴 새 없이 일해오다가 아무래도 쉬어야겠다 싶어서
몇 달 만에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을 만들었는데
아무것도 안 해도 하루가 정말 빨리 지나가더라.
오늘 회의하다가 선배한테 '요샌 몇 시간을 자도 졸려요'했더니
'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래'라고 단칼에 답해주셔서 놀랐다.
하긴 몇 달치 밀린 피로를 며칠로 풀려고 하는 게 도둑놈 심보인가...
페이스 조절을 잘해야 되는데 프리랜서는 그게 참 어렵다.
글을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고
점점 한국말이 기억 안 나는 나 자신에 깜짝깜짝 놀란다
10년 가까이 외국 살이 하다 보니 조금씩 잠식되는 듯.
안돼 인정 못해 한국어도 일본어도 영어도 다 잘할 거야...!
영어는 갈수록 의욕은 늘어나는 듯. 근데 영어 잘하는 사람(특히 한국사람)너무 많아서
웬만큼 회화 공부하지 않으면 어디 가서 영어 한단 소리도 못하겠음...
바빠서 일기를 잘 못쓰게 된 것도 한몫하는 듯...
피곤해서 집에 있거나 코로나때문에 집에있거나 하면
같이 사는 고양이인 하리가 반경 1m 안을 벗어나지 않는다.
한 3일 연속 집에 있으면 낮잠 정도는 떨어져서 자는데, 그나마도 시야에 내가 들어오는 범위에서 잔다.
함께 생활한다는 것만으로도 정이 깊어진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.
태어날 때부터 함께한 가족과 어릴 적에 헤어져서 모르는 종족이랑 같이 사는데도
이 아이들은 사랑을 준다.
신기함...
덕분에 몇 년 만에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되었다.
벌써 연출한지도 5년째라니. 난 아직도 쩌리인데... 진짜 놀랍다.
언제쯤이면 만족할만한 필름을 만들 수 있을까.
그러면서도 봉준호 감독님 인터뷰를 보고 조금 위안이 되었다.
크리에이터들은 결국 죽을 때까지 만족 못하는 인생인가봉가...
그래도 나는 내 일이 좋다!